2025년 여름학기, 〈논리와 비판적 사고〉

나는 늘 창가에 앉았다. 구석진 곳을 좋아한 것도 있지만, 귀류법을 싫어하는 그 철학과 교수의 칠판은 어쩐지 쓴맛이 났다. 나는 틈틈이 창밖을 내다보며 쓴맛을 씻어내곤 했다.

강의에서는 생명과 색에 대해 이야기했다. 교수가 생각하기로 현대 과학은, 생명과 색을 오해하고 있었다. 그에게 생명은 진화를 통해 ‘정신’을 향하는 존재였고, 색은 빛과 어둠이라는 두 실체의 상호작용이었다. 이것은 자신을 걸어 믿고 있는 진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과학을 가르치는 교육에 분노했고, 줄글 읽는 것으로 그만인 교육을 한심해했다. 그는 초·중등 교육을 떠올리며 힘들어했다. 왜일까, 나는 그 분노와 한심함이 칠판을 보고 있는 우리들을 향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어쩌면 그가 입장에 자신을 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입장에 걸려 있다고 생각했다.

교수는 사고의 자유가 얼마나 가치있는지도 이야기했다. 그의 말마따나, 텅 빈 칠판과 같은 사고의 자유를. 그러나 내게는 쓰기만 했던 그와 그의 칠판을.

그러니 나는 늘 창가에 앉았다. 그러는 편이 나았다.